박기덕






  박기덕 작가는 에너지와 국가, 지역공동체 간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한다. 그 과정에서 사진과 영상 매체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공유하며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 개인전 《어디서 왔습니까(2023)》,  《판초 Poncho(2024)》 및 단체전 《shades of grey(2023)》, 그 외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며 작업에 대한 탐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사진을 통해 송전탑 사건이 발생한 밀양 고답 마을을 외부인과 내부인의 두 개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고향이자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마을을 애정을 담아 포착하지만, 성인이 되고 오랫동안 떠나 있었기에 마을 주민들은 작가를 경계 섞인 눈빛으로 바라본다. 작가는 촬영 과정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 오랜 시간이 지나 낯설게 느껴지는 고향의 모습, 반가움과 동시에 배제의 시선을 복합적으로 경험하여 사진으로 담아냈다.



작가 인터뷰

Q1. 환대와 배제는 나타나는 형식보다 그것이 시작되는 마음에서 구별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못한 환대가 있는 한편 최선의 배제도 있는 것처럼요. 작가님은 타인을 맞이하고 배려하는 행동이 어떤 기준으로 나뉘는 것이라 생각하세요?

  각자 기준이 다를 것 같습니다. 대화를 통해서 기준을 만드는 것 같은데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태도 같은 것이 저의 기준이 되는 것 같습니다.



Q2. 우리의 삶은 크고 작은 모순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배제와 환대 등의 이분법적 요소들이 무력화되는 무풍지대가 존재하기도 하며, 그곳에선 아이러니하지만 자연스럽게 상반되는 개념들이 공존합니다. 이러한 모순과 역설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작업에서 드러난다기보다는 작업의 과정에서 주로 겪게 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주로 누군가를 만나고 어떤 장소를 방문해서 촬영하고 대화를 나누는 작업의 방식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저의 위치는 외부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환대와 배제가 항상 일방적인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모순과 역설을 내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Q3. 작가님에게 작업을 계속하게 만드는 동력은 어떤 것인가요?


  작업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다시 제 방식으로 번역하는 과정이 즐거워서 계속해서 작업을 하게 되는데요. 작업을 하면서 작가인 저뿐만 아니라 제 작업에 등장하는 사람들 그리고 완성된 작업을 보는 관객까지 각자의 질문을 증폭시키고 그 질문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게 되는 그 순간이 작업을 지속하게 하는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4.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작가님의 작업에서 사진의 그 특징을 보여주시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저는 사진과 영상을 주요 매체로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 전쟁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텐트키즈’, 다국적 기업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간 동남아시아 일대의 저임금 현지 노동자, 수도권과 기업의 생산 공장에 공급하기 위해 지나가게 된(설치된) 고압 송전탑 마을의 노인 등 이처럼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착취당하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동시대에서 흔하고 일상이 된 보편화 된 사진, 영상을 통해 드러내고, 사회 전반에서 포착되는 메시지가 렌즈를 통과하여 가시화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작업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보일 작업은 개인전 《어디서 왔습니까》에서 전시됐던 작업으로, 국가 에너지 체계의 내부식민적 위계가 만든 스펙터클을 쫓아 폭발적으로 생산되던 이미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한 작업입니다. 밀양 고양 송전탑을 둘러싼 지역사회 내 갈등으로 기자와 예술가로 대표되는 이미지 생산자들이 쫓아간 건 갈등 그 자체가 아니라 갈등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적 스펙터클’이었다는 의심을 작업의 중심에 두었습니다. 이미지가 사회적 갈등의 생성부터 소멸의 과정에 기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역으로 갈등이 소멸된(혹은 소멸되었다고 여겨지는) 장소에서 이미지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 요즘의 고민입니다.



Q5. 전시를 준비하면서 기조인 ‘환대’와 ‘배제’의 맥락에서 작품을 해석하고자 했는데, 작가님께서 본래 제작해 두셨던 작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해 보는 것이 어떻게 느껴지셨나요?

  보통 사진은 종이가 지지체가 되어서 벽에 붙이거나 액자 안에 넣어 전시장에서 보여지는데 그렇게 되면 기존의 산업 구조에서 정해진 크기 이상을 구현하는 것이 제한됩니다. 프린터가 인화할 수 있는 최대사이즈나, 액자를 맞출 때의 나무의 크기처럼요. 이런 것들은 작업의 크기를 결정짓는 요소인데. 벽에다 직접 프린트를 하는 방식은 그러한 크기의 제한이 기존보다 조금 여유가 있어서 이번에는 그동안 크게 보여져야 했던 작업을 의도에 맞게 보여줄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